[영화로운 노년생활] 죽음 앞에 자존심을 지키는 일

조유리_다나
조유리_다나 · <그런 엄마가 있었다> 작가
2024/06/04
- 영화 <아무르>가 말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 영화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티캐스트
피폐하고 아름다운 영화
영화 <아무르>는 일반 사람들이 ‘프랑스 영화’에 대한 편견–자극적인 재미는 별로 없고 조용하며 사색적이다-에 매우 부합하는 영화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참으로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 또한 매우 어울린다. 노부부의, 그것도 질병과 그 돌봄으로 피폐해가는 삶을 그렸음에도 매우 미학적인 장면과 은유적인 미장센이 돋보인다. 
   
영화가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질병에 걸린 안느(엠마뉴엘 리바 분)도, 그녀를 돌보는 남편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 분)도 영화 내내 줄곧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 피아니스트가 된 제자를 키워냈을 정도로 훌륭한 음악가였던 안느는 갑작스럽게 경동맥이 막히는 질병으로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고 만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온 날, 안느는 남편 조르주에게 다시는 자신을 입원시키지 말라는 부탁을 한다. 병원에 가면 아무래도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비인간적 처치를 ‘당할’ 수 있을테니까. 여기서부터 안느가 가진 자존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지키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망설이던 조르주는 결국 약속을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날수록 병세가 점점 악화되는 안느는 조르주에게 부담이 되는 자신의 모습을 우려한다. ‘이대로는 안 돼, 끝내고 싶어’라는 말에서 그녀가 스스로 생을 마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조르주는 그녀를 살뜰하게 돌보고 간호사와 이웃의 도움을 받아 살림과 돌봄을 곧잘 해낸다. 하지만 딸이 방문했을 때조차 점차 병세가 악화된 안느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 모습에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은 안느 만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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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육아, 교육 분야의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결혼 후 힘든 육아와 부모의 질병을 겪으며 돌봄과 나이듦에 관심 갖고 사회복지를 공부한다. 저서는 친정 엄마의 10년 투병에 관한 이야기이며 본명과 함께 다정한 나이듦을 뜻하는 '다나'를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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