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함께 하는 서촌기행
2023/06/24
“그의 주소가 주전자 속에서 끓고 있다/ 그의 고향이 탁탁 소리를 내며 불탄다/한 모금 넘긴 술, 반은 눈으로 올라오고/ 반은 심장을 친다...” - 장석남, 「난롯가」 중에서
과연 우리의 주소지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우리가 태어나 자란 이른바 고향이라는 장소를 행정적 기호 아닌 언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향을 그리움이라는 관념 속에, 주소지를 삶의 고통 혹은 행복이라는 허풍의 단어 속에 수렴하여 말하면 그만이지만 문학은 그곳을, 그 시간과 장소를 보다 구체적으로 삶의 실감 안에서 들여다보고 그 자세한 풍경과 향기의 의미를 찾아보라고 요구한다.
일생의 대부분을 종로나 명동에서 지냈을 시인 김종삼은 「나의 本籍」이란 시에 “나의 本籍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제시한다. 저 50년대의 신산한 시간을 살아온 시인의 주소지란 혹은 본적지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그것이어서는 안 되었으리라. 아니 그것을 관청에서 부여해준 기호로 말할 수는 없었으리라. 청계 천변의 풍경을 하나 그는 다음처럼 제시하고 있다. 그의 거주지의 풍경인 셈이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川邊 一0錢均一床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一0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
- 김종삼, 「掌篇 2」, 전문
제것은 없는 어버이의 생일 밥상을 마련한 어린 거지 소녀가 있던 그 신산한 시대를 우리는 지금 실감할 수 없다. 다만 문학 작품 속에서 더듬어 짐작해볼 뿐이다. 저 찬란하고도 허구적인, 애써 감추고 싶은 것을 서둘러 감춘 듯한 표정의 청계천변을 지날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이 작품이 생각난다. 이 작품의 숨은 화자가 되어 나도 몰래 눈을 들어 경복궁이 있는 쪽을 바라보게 된다.
@재재나무 저도 종종 가보면 좋겠는데, 요즘은 잘 못갑니다. ㅠㅜ
서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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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나무 저도 종종 가보면 좋겠는데, 요즘은 잘 못갑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