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11장. 적의 의도를 알면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09
 교사 생활을 4년 정도 했을 때다. 개학을 앞두고 있었다. 방학을 여덟 번 맞이했으면서도 단 한 번도 방학 계획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어느 정도 교직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무언가 갈증을 느꼈다. 여기서 평생 이렇게 생활하다 정년퇴직할 수도 있다는 것에 약간의 회의감이 들었다. 공립학교처럼 일정한 기간에 학교를 옮길 수 있는 조건이라면 달랐을 것 같다. 반복되는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맨날 똑같은 고민거리를 주고받는 것에도 싫증이 났다. 

마침 그때 대학 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대학에 와서 조교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대학원 과정도 함께 하라고 했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며칠 후에 나는 교사를 그만두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게 평생 내 삶을 대학에 묶었다. 

그 결정 이후에 힘들 때도 많았다. 석사과정 마치고 취직이 되지 않았을 때는 기간제 교사를 했다.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복직한 교사 때문에 서러움도 겪었다. 그는 방학 후 복직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방학에는 출근하지 않고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일찍 복직했다. 학원강사도 했다. 시범 강의 중간에 쫓겨나기도 했다. 교재를 개발하여 팔기도 했다. 친구들은 집을 샀지만, 나는 전세를 전전했다.

가끔 미래가 불안했다. 하지만 조교 하며 대학원에 다니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인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삶을 운명에 맡긴 것이 아니라, 내 의지로 운명을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내 인생에 내가 의미를 부여하기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후회보다 긍정하면 된다. 그 순간 내 인생은 몇 배 더 가치 있게 된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성실'은 기본이다. 사회생활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성실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는 '선택'이다. 우물쭈물하면 기회가 달아난다. 그렇기에 순간 판단이 중요하다. 평소에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
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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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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