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난민을 아시나요? : 전쟁엔 오직 피해자만 존재한다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2/12/10


여기 러시아 난민이 있다.

생소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우크라 난민’이라는 단어에 나라만 바뀐 셈이다. 현 상태를 되짚어봤을 때 정치적 문제를 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환원적이고 냉소적 회의에 가까운 태도다. 사람들은 전쟁의 시발점을 일컬어 언제나 러시아를 가해자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모든 미디어에서 말하듯 개인의 의도야 어떻든간에, 나라의 의도를 선제 판단하는 것이 쉬우니까.

물론 냉정하게 따져보면 러시아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짊어져야 하는 후폭풍마저 껴안은 채 푸틴은 기어이 전쟁을 일으켰고(이를 악 물고 ‘특별군사작전’이라 칭하긴 했지만)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만 부각시켜 전쟁의 타당성을 뒤늦게 끼워맞추고 있다. 그럼 부정하는 세력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22년 9월 말,
그 후로 두 달 가까이 몽골에 체류했다. 여름을 넘기고 난 뒤 몽골 전역에 추위가 엄습할 시기였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 역시 여행경비에 대한 부분이라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았었다. 성수기가 끝난 시기에 맞춰 숙소의 값이 일제히 내릴 거란 기대가 설핏 있었고, 그건 스스로를 길거리로 내모는 결과가 됐다. 입국일엔 모든 숙소가 만실이었다. 입국 한 달 전부터 동향을 살피고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그저 손님이 너무 없어 문을 닫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면 납득했겠으나 그건 확실히 이유가 아니었다.

간신히 예약을 잡은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갔을 때, 나는 이미 아수라장처럼 거실마저 사람으로 점령당한 광경을 마주했다. 그들은 전부 러시아 청년들이었다. 사람 수에 비하여 소박한 짐을 보고 관광을 왔는가 생각했으나 표정의 심각성을 보아할 때 그건 아니었다. 난 뒤늦게 국제 뉴스를 접했다. 러시아에 총동원령이 내려진 날이었다.

몽골, 울란바토르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많은 청년들이 동원령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한다는 소식, 항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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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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