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와 <벌새> 속 어른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08/07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벌새>
얼마 전 책방 모임에서 여러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어. 초등 정교사, 중학교 시간강사, 영어 학원 강사, 그리고 전직 중고등 기간제 교사까지. 사실 여행을 가든, 수업을 가든 교사들을 꽤나 자주 마주한 탓에 그다지 새로울 건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날은 조금 달랐어. 서이초 교사 사건과 주호민 아이 문제 등 교육 현장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잔뜩 올라왔을 때니까. 각자가 품은 슬픔에 대해 말하다가 누군가가 서이초 교사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터뜨렸어. 매일 생각한대.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스스로 그만둘 수 있을까,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진 않을까. 중학교 시간 강사 선생님은 무너진 수업 시간에 대해 말을 했어. 다른 반 아이가 수업 시간에 앉아 있더래. 선생님 수업 한 번 들어보겠다며.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어.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교직을 꿈꿀 때도, 교직에 있을 때도, 교직을 떠난 뒤에도 종종 생각했어. 과연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일까? 사실 고등학교에선 '수업'을 잘하는 교사를 원하는 것 같긴 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교사. 문득 영화 <위플래쉬>가 생각났어. 사실 그건 꿈에 대한 영화일 수도 있고, 멋진 음악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교직에 있던 내겐 삐뚤어진 교육 영화로 보였거든.

대강 내용을 정리하자면, 주인공 '앤드류'는 뉴욕의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 신입생이야. 약간 어리바리한 그는 최고의 지휘자이자 최악의 폭군인 '플레쳐'가 지도하는 학교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되지. '플레처'가 얼마나 비인간적이냐면 '앤드류'의 드럼 연주 박자가 맞지 않는다며, 박자에 맞춰 뺨을 때리는가 하면, 다정한 대화에서 끌어낸 그의 가족사나 치부를 들먹이면서 망신을 주는 게 일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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