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vs 밝은 밤
2024/03/06
최은영의 장편 '밝은 밤'을 읽으면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떠올렸다. 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 배경과 전경,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밝은 밤'을 읽는 중에 여러 번 '작별하지 않는다'를 떠올렸다.
전작 '소년이 온다'가 5.18을 소재로 했듯이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작가는 4.3이라는 현대사의 한 장면을 파고든다. 내가 생각하는 한강의 스토리텔링 방식 중 하나는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와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장면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동시대를 함께 살았든(소년이 온다), 경험하지 못한 현대사의 질곡(작별하지 않는다)이든 첫 몇 쪽을 넘기기 전에 독자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기 힘든 고통을 겪는다.
전작 '소년이 온다'가 5.18을 소재로 했듯이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작가는 4.3이라는 현대사의 한 장면을 파고든다. 내가 생각하는 한강의 스토리텔링 방식 중 하나는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와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장면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동시대를 함께 살았든(소년이 온다), 경험하지 못한 현대사의 질곡(작별하지 않는다)이든 첫 몇 쪽을 넘기기 전에 독자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기 힘든 고통을 겪는다.
특히 '작별하지 않는다'는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눈밭 속을 기약 없이 헤쳐나가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과거의 그 사건 속 행위 당사자가 느끼는 고통 그대로 시연하는 방식이다. 이는 곧 독자에게 부여하는 책무감으로 변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몸에 무겁고 끈적하게 붙는다.
작가의 의도가 그 당시 상황과 인물에 최대한 가깝게 독자를 이입시키는 것이라면 대단한 성공이다. 한강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힘들고 읽고 나서도 한동한 지속되는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시종 열병을 앓는 듯하다.
'밝은 밤'은 현대사를 관통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이야기는 화자 지연이 할머니 영옥과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펼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