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일어났다
2023/11/10
오늘까지 정확히 277일, 그러니까 9개월 하고도 7일이 되었다.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숫자로 환산해 보니 그렇다. 따뜻하고 안온했던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와 낯선 세상의 공기와 처음으로 마주한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커다란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움직이고 지탱할 수 있기까지 자라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종이다. 갓난아기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가능한 의사 표현이라곤 오로지 울음뿐이고, 혼자서 밥을 챙겨 먹을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기 전까지는 아이의 생존은 절대적으로 부모에게 달려 있다. 부모들은 잠을 최대한으로 줄여가면서 먹이고 트림시키고 입히고 재우고 용변을 처리하고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거쳐 자라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그렇게 4주, 6주, 8주, 10주가 지나 마침내 100일에 도달하면 아이는 밤에 깨지 않고 5시간 이상 통잠을 자는 일명 ‘백일의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이 기적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나름 순한 아기여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통잠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부모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