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물
2022/02/03
언젠가 유튜브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쓴 댓글을 보았다.
마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말이 정해진 지루한 영화를 꾸역꾸역보는 듯하다는 댓글이었다.
그 사람은 그 영화를 계속 볼 것인지, 아니면 영화관을 나갈 것인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중국현대문학 수업에서 접했던 시가 있다.
중국현대문학 수업에서 접했던 시가 있다.
문일다의 《死水(썩은 물)》 이다.
썩은 물
여기는 썩어 문드러진 웅덩이
바람이 일어도 잔물결 하나 일지 않는다.
차라리 망가진 구리나 고철들을 던지거나
그대의 반찬 찌꺼기나 식은 국물을 뿌려라.
어쩌면 구리 조각들은 비취가 되거나
깡통엔 복사꽃 무늬의 녹이 쓸 것이고
기름덩이 위로는 곱게 비단 빛이 물들고
곰팡이 자욱이 안개를 피울지도 모른다.
썩은 웅덩이가 술 밑 되어 파랗게 술이 익으면
구슬 같은 하얀 거품이 가득 나부끼고
작은 구슬들은 깔깔거리다 큰 구슬이 되지만
작은 구슬들은 깔깔거리다 큰 구슬이 되지만
술을 훔치는 얼룩진 모기에게 물리고 만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이 썩은 웅덩이지만
아직 그곳엔 몇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