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플롭, 최초의 기억회로
2024/05/08
작년 말 ‘코드 밀 키트1)' 카드를 만들면서 국문으로 된 카드를 다시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당시 GPT-3이었던 AI 언어모델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함께 참여했던 작가들과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담긴 의미를 따져보면서 (빠듯한 일정에 마냥 즐기기는 어려웠음에도) 공동 작업이 주는 활기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고민했던 카드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참여자분이 남긴 질문 그대로 옮겨본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쌓아 올린 수천, 수만 년 이상의 역사, 기록,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흡수할 수 있다. 어떤 상황(딜레마)에서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답)에 인간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워크숍이 끝나면 참여자들이 남긴 질문 카드를 한 장씩 읽어보곤 하는데, 이 질문을 읽었던 그날의 기억이 남아있다. 머리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는 듯했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질문이 인공지능의 능력에 주목하기보다는 그것에 반응하는 ‘인간'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네이버 지식인, 나무위키, 유튜브 등에 자주 의존해 온 나와 우리의 지식-소통 체계를 떠올리면서 질문의 답을 쉽사리 내릴 수 없었다.
GPT-3는 이 질문의 초벌 번역을 다음과 같이 여러 버전으로 제안해 주었다.
1) Artificial intelligence will offer solutions to problems based on massive amount of data accumulated through tens of thousands of years. Can humans object to the answers generated by AI?
2) Artificial intelligence can generate solutions to problems based on vast amounts of data accumulated over tens of thousands of years. Can humans challenge the answers provided by AI?
이처럼...
음악, 퍼포먼스, 설치 등 경계 없는 미디어 창작을 수행하면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서울익스프레스'의 구성원이며, 2017년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을 설립하여 기술 문화의 다양성과 접근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