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박수영 · 영화를 사랑하는 동물주의자
2021/10/12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
얼마 전 간선도로를 지나다가 도로 옆에 붙은 현수막을 봤습니다. '사랑받은 아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듭니다'라고 적혀 있더군요. 보는 순간, 명치가 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저 현수막은 '아이'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라며, '어른'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겠지요. 취지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요. 그러나 위치(대상)가 문제였습니다. 현수막은 지나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걸려 있었고, 그게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사랑받지 못하는(못했던) 아이가 현수막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없는 사람일까,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랑받고 싶지 않아서 사랑받지 않은(못한) 아이는 없는데 말이죠. 가끔 정부나 지자체가 홍보용으로 만들어놓은 문구를 보며 슬픔을 느낍니다.  행복한 사회는 '사랑받은 아이가 모여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도 상처 받지 않는 사회' 아닐까요.
제
제리
2021/10/14
답글: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
경제/소비자+6 생활/사건사고+5
늘 두루뭉술하게 겪던 불편함을 잘 설명해주셨네요. 공감합니다. 그런 표현을 쓰는 의도야 알아챌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더군다나 지자체 단위의 홍보 문구라면 더더욱 신경을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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