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

박수영
박수영 · 영화를 사랑하는 동물주의자
2021/10/12
얼마 전 간선도로를 지나다가 도로 옆에 붙은 현수막을 봤습니다. '사랑받은 아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듭니다'라고 적혀 있더군요.

보는 순간, 명치가 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저 현수막은 '아이'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라며, '어른'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겠지요. 취지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요.

그러나 위치(대상)가 문제였습니다. 현수막은 지나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걸려 있었고, 그게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사랑받지 못하는(못했던) 아이가 현수막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없는 사람일까,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랑받고 싶지 않아서 사랑받지 않은(못한) 아이는 없는데 말이죠.

가끔 정부나 지자체가 홍보용으로 만들어놓은 문구를 보며 슬픔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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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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