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앵커는 기사를 다 외워서 읽나요?

정병진
정병진 인증된 계정 · 수석 매니저
2022/03/15
오랫동안 적을 둔 직업이 앵커였기에 요즘에도 저를 '정 앵커'라고 부르는 지인이 적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많은 뉴스를 화면에서 전하는 앵커가 원고 한 번 잘 쳐다보지 않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앵커들이 뉴스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볍게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앵커들의 직무를 살짝 엿보는 것만으로도 뉴스를 활용하는 시청자들의 이해의 폭을 한 뼘 더 넓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지상파 3사나 종편 4사, 보도채널 2개사를 통해 접하는 뉴스를 '그래도 믿을 만한' 보도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뉴스들에는 항상 앵커가 등장합니다.

"기사는 다 외워서 읽나요?"

앵커들은 기사를 다 외우지 않습니다. 보통 그날 뉴스 꼭지 하나하나를 숙지하고 앵커석에 앉습니다. 뉴스 구성 회의 때 앵커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자기가 아예 모르는 뉴스를 하기 어려운 구조죠. 갑작스런 폭발이나 지진 같은 속보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앵커들은 뉴스 시간대와 맡은 뉴스 프로그램의 구성을 감안해 멘트를 매끄럽게 정리하고 스튜디오에 들어옵니다. 

앵커는 기사에 적힌 단어 뜻과 뉘앙스, 기사의 행간과 맥락까지 오롯이 시청자에게 전하기 위해 '멘트를 읽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계처럼 그냥 기사를 읽다가는 '로봇 같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앵커는 누구보다 기사 내용과 그 이면까지 숙지해 '말'을 해야 합니다. '읽는 소리'만 내서는 시청자가 호응하기 어렵습니다.

카메라에 설치된 프롬프터는 참고용인데요. 뭔 내용인 줄도 모른채 프롬프터만 읽어 내려갔다가는 대참사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운신의 폭은 어느 정도인가요?"

오랜 친구가 묻더군요. "앵커로서 너의 주관을 뉴스에 얼마나 실을 수 있니?" 미국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이 친구는 CNN을 봅니다. 앤더슨 쿠퍼 같은 유명 앵커들이 방송하는 걸 보면 '자기 얘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국 앵커보다 더 자연스럽고 '알고 얘기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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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유럽의 사람 사는 이야기로 우리를 톺아봅니다. 현) 스태티스타 HQ 수석 매니저 / 함부르크대 저널리즘 석사 과정 전) YTN 앵커 / 부산MBC 아나운서 / 매일경제TV 앵커 / BBC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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