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8
얼마 전 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도 약이 잘 맞는 편이라 2~3개월 간격으로 약을 받아온다. 맞는 약을 찾기까지는 두 달이 조금 넘게 걸렸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내게 맞는 약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맞는 약을 찾았지만, 과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5~6가지 약을 시도해 보았는데, 유난히 예민한 기질이어서 아주 소량을 복용해도 부작용이 바로 그리고 크게 나타났다. 단순히 약이 효과가 없어서 감정 조절에 도움이 안 되기도 했고, 두근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고 불편한 증상에서 불안하고 초조한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약은 복용 후 오히려 기분이 너무나도 안 좋아졌고, 기분이 마구 날뛰었다. 정말 무슨 일을 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유리로 된 20만 원짜리 러쉬 향수병을 깨부수는 일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세로토닌 계열의 약을 먹자, 온몸에 비 오듯 땀이 났다. 의사 선생님은 세로토닌 중독에 해당하는 증상이라고 했다.
정신과 약을 한 번에 모아서 먹으면 정말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다가 멈춰버리거나, 몸에 탈수가 일어나거나, 어디에 머리를 박아서 죽거나. 이런 험난한 과정을 겪다 보니 맞는 약을 찾지 못하게 될까 봐, 평생 이렇게 나아지지 못한 채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