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과 도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5/14
한국의 성인이라면 거의 운전 면허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집에서 차를 2-3대 가지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과거 그랜저는 성공을 상징하는 차였는데, 지금은 젊은 초보 운전자들도 끌고 다닌다. 거리엔 외제차들이 수도 없이 돌아 다니는 데, 운전자들을 보면 젊은이들이 태반이다. 요즘 젊은 이들에게 차는 자기 과시의 한 방편이 되었다. 이제 외제차는 과거처럼 희소성이 없다. 내가 사는 시골 동네에도 번쩍 번쩍한 외제차와 대형 SUV 일색이다.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인들은 대부분 소형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보고 한국인들과 상당히 대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차에 대한 한국인들의 욕심이 큰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운전 습관은 여전히 후진적인 면이 많다. 일상을 소재로 철학을 하는 나는 차를 모는 일에도 도(道)가 있다고 생각한다. 운전은 도를 닦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억제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운전을 하는 것을 도 닦 듯이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대인에게 운전은 필수라 매일 같이 하는데, 이를 도를 닦 듯이 한다면 자연히 도인이 되지 않겠는가?
먼저 운전을 하려면 좌고우면을 해야 한다. 결코 앞만 보고 갈 수가 없다. 가끔씩 사이드 미러를 통해 좌나 우의 상황을 살펴야 한다. 도로는 자기 혼자 세를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혼자 앞만 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또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백 밀러를 통해 뒤도 보아야 한다. 게다가 앞으로 볼 때 바로 앞만 보아서는 안 된다. 주로 바로 앞을 봐야 하지만 100미터 전방의 상황도 살펴야 한다. 전방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고 차의 운전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전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후 좌우를 골고루 살펴야 하는 것이다. 초보가 달리 초보인가? 초보의 운전 시야는 오로지 바로 앞의 상황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초보인 것이다. 넓은 시야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어떤 분야에세도 마찬가지이다. 넓은 축구 경기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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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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