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예감성 18호 2018년 가을호 첫눈 올 무렵 황인수

이윤희 시인
이윤희 시인 · 시민강사/ 시인
2024/04/29
계간 문예감성 18호 2018년 가을호

첫눈 올 무렵
          황인수

저녁 창가에 서 있다.

첫눈 올 무렵
거리의 나무들은
저마다 긴 그림자를 하나씩 데리고
서 있다.
먼 곳에서 돌아온 여행자들처럼
때론 먼 길 위에 서 있는 순례자들처럼
거추장스런 짐 다 내려놓고.

세 계절을 지나
이제 바야흐로 겨울로 접어드는
이 무렵 창가에는
초로의 남자가 다가와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
우두커니 서서 오랫동안
창밖을 내다보는.

저녁놀이 막 진 거리의
스산함을 견딜 수 없어 눈을 뜬 가로등
그도 시력이 약해진 걸까?
뚫어져라 한 곳만 바라보며 살아왔건만
어둠을 명쾌하게 지우지 못하니.

저녁 창가를 서성이고 있다.

첫눈 올 무렵
그즈음의 사람들이 그랬듯
남자는 평생 몸 받쳤던 곳을 나와야 했고
금지옥엽 큰 딸 시집보냈다.
거추장스런 짐 내려놓고
거리의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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