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커 픽

새로운 토픽을 던지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


얼룩소가 3주차에 접어들면서,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을 비롯하여 놀라울 정도의 비판적 시각을 가진 '장문'의 글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반면에, 저는 3주차가 되어가면서 '좋아요 봇'이 되었습니다. 왜냐구요?
새로운 질문을 제시하는 것도, 기나긴 장문의 답글을 다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얼룩소에서 제시되는 생활/정치/학업/문화예술/경제 등등과 같은 다양한 토픽을 읽고
흥미로워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제 의견을 말로, 글로 정리해서 쓰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집중력과 몰입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더라구요.

나아가 누군가가 개진해 둔 주장에 추가적으로 내 의견을 덧붙이는 것에 비해
완전히 새로운 토픽을 제시하고, 그 토픽에서 논점이 될만한 쟁점들을 뽑아내는 건 또 다른 영역이 되었습니다.

저는 출퇴근 길에 주로 얼룩소를 켜서 새로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는 편인데,
짧지 않은 통근길에도 이런 주제로 이런 관점에 대해 논의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정리하는 건 잘 되지 않더라고요.
늘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하는 식으로 소비되어오던 시간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애초에 누군가가 '읽어줄만한', '읽어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을만한' 글을 쓰는 생산적인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가 영 어색하기도 하고, 심지어 집중해서 글을 쓰고 나면 피곤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새로운 토픽을 던져주시고 쟁점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먼저 밝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이 공론장이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반면에 저와 같은 소극적 소비러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문적인 글들을 읽으시면서 오히려 가벼운 글쓰기를 포기 선언하신 얼룩커들, 타 SNS와 마찬가지로 구독자가 많은 얼룩커에게 보상(좋아요 수, 1만원의 금전)이 쏠려 지식 권력이 재생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얼룩커들도 보이는 것 같구요.

얼룩소의 취지가 '프로슈머'와 같이 생산적 소비자를 가정하셨던 건지, 아니면 정말로 '잘 정돈된 토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싶으셨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얼룩소 오픈일부터 플랫폼에 상주한 제가 지켜본 바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얼룩소를 지켜봐오신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해요! 동기 유발을 위한 금전적 투자를 바탕으로 한 사회학적 실험이라고 생각해서, 이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웨이브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