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1/04
좋은 글은 글쓴이의 사회적 배경에 관계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블라인드 테스트처럼요. 어차피 까보면 서울대나 카이스트 출신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기타'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학문적 혹은 사회적 배경 지식이 높은 사람들이 좋은 글을 써낼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사람보다는 글에 집중하며 진정성 있는 글 또는 울림이나 깨달음을 주는 글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영상 미디어를 통해 좋은 내용을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아닐까요. 개인이 갖고 있는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하다는 가정 하에 공통적으로 말하는 좋은 글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고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읽기에 지쳐있어서 그래요. 의견은 분분하지만 나쁜 글이라고 비난받지 않는 고전은 보편적인 이유로 제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불확정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쓰인 글은 세파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이기심이나 사회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좋은 글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으니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잖아요. 그럴 때면 고전이 답을 주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은 '신뢰'를 의미합니다. 믿을 수 있는 읽을거리인 거죠.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 비슷하게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라고들 하잖아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하거나 업으로 삼고 관찰해온 사람들의 전문적인 글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글에 대한 신뢰를 높여줍니다. 제가 쓴 베이킹에 관한 글보다는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해방촌에서 디저트 카페를 하고 있는 파티셰가 쓴 베이킹에 관한 글이 더 높은 관심과 신뢰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베이킹에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의 무게가 다를 테니까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 필요 없는 영양제일지라도 필수라며 권하는 약사들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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