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 칸타빌레

선오
선오 · 글로 쉼을 누리고 싶은 선오입니다.
2022/07/14

*맞춤법 표기상 ‘장맛비’가 맞지만 왠지 ‘장마비’가 더 서정적인 느낌이라 이하 장마비로 표기함.

그 순간은 내 기억 속에 그림처럼 각인되어 있다. 우산을 써도 막을 수 없던 비가, 주룩주룩 정도가 아니라 쏴아쏴아 시원하게 몰아치던 날. 도로 옆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면서 ‘비처럼 음악처럼’을 목청껏 불러대던 나와 H. 그날 오후의 그 기억을 가끔 떠올릴 때마다 나는 12살의 소녀가 된다.

 H는 초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 서로의 집도 10분 거리라 하교 후는 물론이고 주말에도 친구네 집에서 자주 놀았다. 삼남매였던 친구네는 할머니도 모시고 살면서 결혼 안 한 미혼의 고모까지 한집에 살고 있었기에 나름 단출한 4인 가족인 우리 집보단 여러 가지로 훨씬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같은 반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스카우트를 통해서 맺어진 우리는, 그 누구보다 가까웠다.

 미혼의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