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씨
복사씨 · 비난의 고통을 공론화의 에너지로!
2021/11/17
문학소년 님. 안녕하세요. 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글쓰는 분들과 접점이 있는 편이라 지나치지 못하고 이렇게 적어봅니다. 얼룩소라는 매체를 떠나서, 글이라는 것을 쓸 때 슬럼프는 늘 올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수십년간 글을 써온 작가들도 문학장은 물론 출판장이 너무나 공정하지 않다고 실망하고 분노하곤 합니다. 그나마 얼룩소 매체는 그러한 완고한 불공정의 장에 균열을 내는 형식이라 다양한 필자분들이 유입되어 이런 종류의 이야기까지 노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정신노동에 대한 보상과 가치소비 문제가 이렇게 다양하고 적나라하게 여러 계층을 통해 논의된 장이 있을까요. 저는 없을 거라 봅니다).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최희윤 얼룩커님의 생각(답글: 에디터 픽은 노리면 노릴 수록 멀어진다는 느낌입니다 (alook.so))에 이어 써보아요. 최희윤 님의 말처럼, 픽이라는 것을 겨냥하면, 우리의 삶은 오히려 픽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옛 서적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山不利 水不利 在利挽弓之間”이란 구절입니다. 이 "산불리 수불리 재리만궁지간"이라는 문장을 풀자면요. 우리에게 이로운 것은 산도 물(강과 바다)도 아니고, “활시위를 당기는 사이에 있다”라는 뜻이에요. 활 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잘 쏘겠다고 한껏 신경을 쓰는 순간 거의 틀림없이 과녁에서 빗나간다고 하는데요. 즉, 구원의 길은 산이나 물을 찾아 떠나는 인간의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오직 사람의 마음, 활을 쏘기 위해서 완전히 마음을 모아 집중할 때와 같은, 활 시위를 당기는 그 사이에 있다는 것이죠. 특정한 과녁의 장소에 매이면, 글쓰는 게 부자연스러워지고 또 괴로워지곤 하잖아요. 픽보다는 글 자체에 집중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쓰다보면, 언젠가 산도 보고 강도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신다면 죄송하고요.^^ 

저는 제가 존경하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이 문장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 문장을 소개받았던 순간을 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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