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가난은 슬프다: 기후변화로 새로 쓰는 24절기-3월 청명/춘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3/31
  • 이상엽 l 사진작가 

  • 가뭄으로 말라붙은 안동호의 모습이다. 겁 많은 고라니가 대낮에 나와 물을 찾고 있다. 흔치 않은 풍경인데, 그만큼 가뭄으로 목이 탄다는 증거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새로 쓰는 24절기-3월 청명/춘분

  • 한반도의 기후변화로 달라진 3월의 절기는 청명(淸明)이다. 원래는 4월 5일쯤인데 20일쯤 당겨져 춘분과 비슷한 시기다. 청명한 하늘 아래 식목을 하던 그 절기는 3월이 되었으니 식목일도 당겨야 할지 모르겠다. 실제 식목일이 청명인 까닭은 나무가 얼거나 메마르지 않는 적당한 절기로 아이가 어른이 되면 옷장을 짜는데 쓸 목재를 얻기 위함이었다. 또 청명은 한식(寒食)과도 겹치는데, 춘추전국 시대 개자추의 이야기를 담은 한식은 기후 절기를 반영하는 날이 아니니, 이는 넘어가기로 하자. 

    그렇다면 3월 청명 기간에 우리나라 30년간의 기후관련 뉴스로 무엇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을까 궁금하다. 신문 아카이브를 검색하니 가뭄이다. 특히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가뭄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거의 매년 등장한다. 농사일을 준비하는 3월에 밭갈이를 해봐야 비가 오니 않으면 그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한다. 대체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에 둘러싸인 경북 봉화군, 영주시, 예천군, 문경시, 안동시, 상주시, 의성군, 군위군이 그 지역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거대한 댐이 만든 호수가 있는 안동으로 떠났다. 

    박정희 시절인 1976년 완공된 안동댐은 발전은 사실 둘째고 농사에 필요한 용수공급을 위해 지은 것이다. 또한 댐이 만든 안동호는 관광명소로 대대적 홍보를 했는데, 상류에 유명한 도산서원이 있기도 하다. 나는 도산서원을 거쳐 내려가며 낙동강이 흘러드는 안동호 초입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놀랐다. 거대한 사막을 보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물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고 애초 물에 잠겼던 마을이 드러났다. 이런 초현실적인 풍경은 흔한 것이 아니다. 

    원래 호수였던 곳을 걸었다. 바닥은 거북 등처럼 갈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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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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