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아날로그’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 인형뽑기 놀이에 관하여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4/06
인형뽑기의 핵심장치인 집게발(크레인), 아날로그 장치처럼 보이지만 디지털 조작을 숨기고 있다. 출처-직썰

‘조작된 아날로그’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 인형뽑기 놀이에 관하여
   
인형뽑기는 부등가 교환거래의 기율을 디지털화 된 아날로그 기계장치의 활용을 통해 관철시킨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일반적인 인형뽑기 기계는 대부분 집게발을 이용해 경품을 집어 올리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크레인’은 인형뽑기 기계의 가장 핵심적인 장치인 셈이다. 인형뽑기는 ‘레버’와 ‘버튼’ 조작을 통해 ‘크레인’으로 인형을 건져내는 놀이이다. 하지만 인형을 뽑아 건져내는 일은 사용자의 감각과 훈련을 통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업주 측에서 대게 크레인의 집는 힘과 흔들림 정도 따위를 조작하기 때문이다. 

과거 인형뽑기 기계의 작동방식은 집게발을 횡축, 종축 각 1회만 한정하여 움직일 수 있었다면, 현재는 좌우 움직임 횟수 제한이 없고 일정한 시간 내에만 동작을 완료하면 되므로 좀 더 세밀하게 집게발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뽑기의 성공은 크레인의 각도나 위치 조절 능력보다 집게발의 쥐는 힘에 달려있다. 소비자의 크레인 동작 능력보다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이 더 민감하게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관행 하에 업주는 확률 조작을 통해 환원되는 이익의 기댓값을 스스로 조정하고 설계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는 속절없이 요행에만 의존해 자본을 탕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내가 우리의 시선을 의식한 듯 지갑을 펼쳐 보이며 웃음을 터트렸어. 그러자 그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뽑기 상품처럼 보였어. (……) “물론 제일 현명한 것은 뽑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내가 기계 중아에 진열된 드론을 향해 봉을 날리며 말했어. “왜냐하면 이 기계처럼 정직한 기계는 드물기 때문이죠. 즉, 대부분의 뽑기 기계들은 상품이 쉽게 뽑히지 않도록 조작...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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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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