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람냄새 ㅣ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9/25
알라딘 서점 제공
속초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다. 택시를 타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간다고 했을 때 택시비는 5000원이면 족하다. 그래서 속초에서 머물 때 버스를 탄 기억이 별로 없다 1. 동네가 작다 보니 또래끼리는 한 다리 건너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 사이'다. 서로 인사하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대충 누군지는 알고 있다. 심지어는 외지인에 속하는 나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알음알음 알고 있었다.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식당 이름은 < 바다네 > 였다. 외동아들 이름을 따 지은 식당인데 보수적인 색깔을 가진 동네 사람들은 식당 주인 내외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아내는 식당을 운영하고 남편은 카센터를 운영했는데, 부부는 모두  진보 정당 당원이었다. 부부의 교육관도 튀었다. 외아들인 바다'만 봐도 그렇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바다는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긴 머리에 노란색으로 염색을 했다. 바다는 방과 후 드럼을 배우러 다녔다. 바다의 선택은 아니었다. 부모가 피아노 학원이나 태권도 학원 대신 드럼 학원에 보낸 것이다. 피아노보다는 다른 악기를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는 말수가 거의 없었지만 나를 잘 따랐다.
 
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는 했으니까.  아이는 나를 부자라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을 사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부자라는 것이다. 피식,  웃었다.     부모가 바다에게 바라는 것은 딱히 없었다.    자유로운 바다가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저씨를 강원도 좌파 아저씨라고 부르곤 했다. 보궐 선거 때 진보 정당을 찍기 위해 잠시 서울에 내려가야 한다고 했을 때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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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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