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돌아다니는 여자가 다 숏컷이라면?
2023/11/07
에디터노트
온라인 여성혐오가 현실에서 폭력으로 발현됐습니다. 지난 5일,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이 ‘여자인데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20대 남성에게 폭행 당했습니다.
“숏컷은 높은 확률로 페미니스트!” 이렇게 말하며 여성을 비난하는 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양궁 선수 안산의 사례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2관왕에 오른 그의 SNS 계정에 한 누리꾼이 “왜 머리를 짧게 자르나요?”라고 묻자 안 선수는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안 선수를 비롯해 숏컷 여성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이에 반발해 트위터(현 X)를 중심으로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됐습니다.
#여성_숏컷_캠페인이 2년 4개월 만에 돌아왔습니다. 2023년 11월 7일 오후 3시 현재, X에는 ‘여성_숏컷_캠페인’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만 건 이상 올라왔습니다. 각자의 이유로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여성들과 대화해봤습니다. 서울과 대전 그리고 전라도와 경상도에 사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내게도 일어날까 두렵지 않아요?”
김덕칠(가명) 20대, 대전
2019년부터 짧은 머리를 유지해오고 있어.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하고 있어. 그래서 태권도, 검도, 주짓수 같은 걸 배우려고 해.
무빙(가명) 20대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7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여성 혐오가 만연한 현실이 무서워. 지하철에서 페미니즘 도서를 읽던 어제의 나는 운이 좋아 산 것뿐이었다고 생각했어.
사안(가명) 30대, 서울
숏컷 여성 폭행 사건을 보며 얼마 전 사회적 이슈였던 칼부림 사건들이 떠올랐어. 여성혐오를 바탕으로 하는 ‘인셀 범죄’가 한국 사회에 점점 많아진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전에는 ‘인셀’들이 주로 온라인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면, 이제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는 걸 피부로 느껴.
김동진 40대, 서울
나 같은 40대 아줌마는 저런 남성, 즉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들이 여성으로 보지도 않아. 그래서 2030 여성보다는 이런 여성혐오 범죄에 노출되는 경향이 좀 덜하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친밀한 관계에서 폭행 당하거나 살해되는 나이든 여성도 많지만. 진짜 걱정되는 건 딸들이야. 큰아이는 만 18세로 곧 성인이 되고, 저런 남자애들과 섞여서 세상을 살아가야 해. 딸이 성인이 되어 나가게 될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데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야.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내가 여기서 피하고 숨어봤자 침략은 일어나고 발각돼 머리채 끌어올려져 죽을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맞서려고 참여했다.
내 얼굴 똑바로 보게 했다.
저들이 내 얼굴에 칼 꽂을 때 더 큰 분노가 저들을 덮을 것이므로.
숏컷 캠페인 연대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여성에겐 생존의 문제입니다.
숏컷한 여성은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싸다는 말이 아무리 하찮고 우스워도 마냥 웃고 넘길 순 없습니다. 지금도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숏컷 여성은 패도 된다” 말하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고, 이들이 현실에도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숏컷 캠페인 연대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여성에겐 생존의 문제입니다.
숏컷한 여성은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싸다는 말이 아무리 하찮고 우스워도 마냥 웃고 넘길 순 없습니다. 지금도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숏컷 여성은 패도 된다” 말하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고, 이들이 현실에도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내가 여기서 피하고 숨어봤자 침략은 일어나고 발각돼 머리채 끌어올려져 죽을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맞서려고 참여했다.
내 얼굴 똑바로 보게 했다.
저들이 내 얼굴에 칼 꽂을 때 더 큰 분노가 저들을 덮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