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헵시바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11/16
막연하게나마 어릴 때부터 꿈꿔 온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건 결혼예식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전심을 다해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는 환상에 관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대부분의 동화 속에서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은 비슷했다. 바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They lived happily and for a long time)" 수많은 동화들을 읽으면서 그 문장 속의 삶이 나의 것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예상보다 혹독하고 참혹했다. 자존감이 솟구치고 자신감이 넘치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날들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바닥 아래 지하땅굴을 판 자존감을 느끼고,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내팽개쳐졌다고 느껴지는 날들도 많았다. 끝없는 절망 속에서 티끌만큼 남은 자존감은 완전히 바스러져 사라져 버렸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럽기만 했다. 

   초반에는 그나마 작은 희망을 가졌지만,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수록 희망은 점점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가 되어갔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나를 데려가 달라고 여러 번 기도했고, 스스로 나의 삶을 끝낼 수 없는 이유는 용기가 부족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모든 생각들은 완전히 틀렸다. 

   지속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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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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