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아들의 교회 탈출기 (2)

이화경
이화경 · 프리랜서 작가
2024/04/15
 
예배에만 왔다 가는 게 아니라 아예 교회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와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분도 계셨다. 그분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한다. 장영신. 그분의 딸은 쏘냐란 이름의 흑인 혼혈이었는데 나보다 두세 살 정도 아래였다. 장씨는 아이가 그렇게 클 때까지 쏘냐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못 들은 채 계속 그 일을 하며 하루하루 연명해 가고 있었다. 서 너 평 남짓의 하꼬방 같은 데서 모녀가 생활했는데 장씨가 손님이라도 데리고 들어오는 날엔 쏘냐는 어쩔 수 없이 나가 있어야 했다. 

어린 애가 밤마다 그 험한 뒷골목을 배회한다는 걸 알고는 엄마가 쏘냐에게 미션을 하나 줬다. 매일 저녁 교회에 와서 십자가 불을 켜라는 미션이다. 자동 타이머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사람이 와서 불을 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쏘냐에게 부러 그 일을 시켰다. 불을 켜고 한 시간씩 꼭 기도를 하고 가라고 엄마가 일렀다. 어쨌거나 교회 안에 있으면 안전하니까. 처음엔 엄마도 반신반의했단다. 그런데 대견하게도 쏘냐가 매일 밤 정시에 교회에 오더란다. 그리고 엄마가 시킨 대로 꼬박 한 시간씩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가더란다. 어떻게든 저 아이가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한 엄마가 아버지에게 방법을 알아보라고 독촉했다. 

아버지의 오지랖이 발동했다. 호적이 없어서 학교도 못 다니고 있던 쏘냐를 장씨 호적에 정식으로 입적 시켰고 이름도 쏘냐에서 ‘하나님의 은혜’란 뜻의 하은으로 바꿔 줬다. 그리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1학년생으로 하은이를 입학시켰다. 뿐만 아니라 장씨를 술집에서 끌어내서 작은 공장에 취직시키기까지 했다. 장씨 또한 제대로 살아 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술집으로 컴백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다시 장씨를 끄집어내 다른 일을 시켜보고 했지만 끝내 술집을 떠나진 못했던 것으로 안다. 

한 10년 쯤 지났을까. 우리 가족은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된다. 장씨의 딸, 하은이가 프로 농구팀 선수로 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은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고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15
팔로워 23
팔로잉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