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어?

alookso 진
여기 범죄라고 거의 인식되지도 않는 범죄가 있다. 터무니없이 잘못 붙은 이름으로, ‘지인능욕’이라고 불린다. 이 범죄 가해자들은 자기가 아는 여성의 얼굴을 음란 사진 등에 합성해 돌려 본다. 대상이 된 여성에게 합성 사진을 보내고 충격받는 반응을 즐기기도 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자의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이건 ‘지인’을 ‘능욕’하는 유희다. ‘지인능욕’은 이 가해자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인 이름이다.

‘지인능욕’은 대비하고 싶어도 대비할 방법이 없다. 누가 피해자가 될지는, 온전히 가해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누구나 아주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인능욕’은 신체에 직접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직 피해자의 존엄만을 파괴한다. 이 피해는 크고 심각하며 고통스럽다. 하지만 형사사법체제는 신체에 끼친 피해를 다루는 데 맞춰져 있다. ‘지인능욕’은, 범죄가 피해자에게 남기는 상처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사실상 경범죄로 취급받는다.

1)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2)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범죄가 3) 형사사법적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지인능욕’은 성범죄 중에서도 아주 독특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이 이야기는 그 독특한 범죄에 대한 최초의 집요한 관찰 보고서인 동시에 기상천외한 범인 추적기다.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린 추적단불꽃이 썼다. 이 사건 범인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아주 예외적인 해피엔딩이다. 훨씬 더 많은 ‘지인능욕’ 범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내며 퍼져가고 있다. 이미지와 영상 합성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 범죄의 피해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고, 피해자의 상처도 커질 것이다.


5월 21일 화요일 에어북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어>를 얼룩소에서 최초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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