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렸다
무언가를 덜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나날이 있다.
첫째 날,
첫째 날,
방치된 핸드크림, 립글로스, 향수를 버렸다.
유통기한이 지난 드립백과 녹차 티백을 버렸다.
어느새 이젠 구식이 되어버린 충전기와 이어폰을 버렸다.
먼지 같은 양심 때문에 모아둔 이면지를 버렸다.
둘째 날,
시절 인연들이 웃고 있는 사진과 액자를 버렸다.
오고 가던 작은 마음을 담은 쪽지와 편지들을 버렸다.
한때 기쁨을 포장해 내게 건네진 포장지와 리본 끈을 버렸다.
잘 기억나지 않는 오래전 고통을 몰래 기록한 노트를 버렸다.
셋째 날,
분명히 읽었으나 기억나지 않는 소설책과 시집을 버렸다.
읽지 않았으나 읽지 않을 제목이 무척 긴 자기 계발서를 버렸다.
언제라도 꼭 다시 쓰고 싶어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 소논문을 버렸다.
선배님 후배님의 피땀눈물이 담긴 논문을 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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