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22장. 무동 타고 동네 한 바퀴 돌자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15
엄마가 나를 무동 태워 동네를 한 바퀴 돈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전교 미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펜던트와 50가지 색이 있는 왕자표 크레파스를 부상으로 받았다. 내 그림이 왜 최우수상이었는지는 모른다. 내 그림은 오랫동안 교장실에 걸려있었다.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는 그 후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기억에 내가 탄 최초의 상에 대한 기억은 그랬다. 
   
그 후로 나는 제대로 된 상을 탄 적이 없다. 자잘한 상을 탄 적은 있다. 그러나 엄마가 나를 무동 태워 동네를 돈 경험에 비하면 다른 것은 거의 의미가 없었다. 상을 못 타서 그랬는지 오히려  공부 잘하는 친구가 상을 타도 나는 부러워하지 않았다. 내가 못 탔기에 애써 외면했기 때문인 것 같다. 잘 되는 사람을 별로 질투하지 않는 것은 그때 생긴 것 같다. 
   
내가 상에 대하여 미련을 버린 것은 중학교 때 교회에서 들은 설교가 별로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목사는 설교에서 신앙생활을 잘하면 상을 받는다고 했다. 그 결과 천국에 간다고 했다. 천국은 길바닥이 무슨 보석이기에 아주 좋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 설교의 허점을 가슴 깊이 알았다. 그 설교를 듣고, 천국 관심이 싹 사라졌다. 길바닥이 보석이면 무슨 의미가 있나. 지금의 아스팔트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상 받는 것을 싫어한 것은 아니다. 받고 싶었다. 못 받았다.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벌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옆 반 애들을 두들겨 패서 벌을 받은 적은 있다. 교무실에서 하교할 때까지 꿇어앉아 있었다. 그...
류재연
류재연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36
팔로워 1.1K
팔로잉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