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중일기 - 프롤로그

전선우 · 음유작가가 되고 싶은 시민입니다.
2022/03/31
프롤로그
 
이야기는 평소와 지극히 다름없는 곳에서 시작된다. 
일을 마치고 엄마와 함께 동네에 새로 생긴 마라탕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날이었다.

생긴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은 곳이라 내부도 깔끔하고 음식 맛도 좋았으며 사장을 포함한 직원 모두가 친절해서 앞으로 자주 오자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탄내 비슷한 기운이 코를 찔렀다. 
근원지는 엄마가 앉은 자리에서 채 3m가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북경 통오리’ 그릴이었다. 훈제로 돌려가며 익히는 자동 방식이었고 유리 구조로 사방이 막혀있던 터라 좀 있으면 사라지겠지 싶었지만, 그 냄새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까지 계속되었고 폐에 직접적인 손상이 느껴질 정도로 지독함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혀를 내두르며 집에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어제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목이 칼칼했다. 코도 막히고 머리도 아팠다. 그렇지만 평소에도 원래 만성 비염이 있어 비슷한 상황이 있어왔던 터라 이 정도면 커피 한잔으로 뚫리겠거니 하며 출근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저녁이 다 되어서도 기력이 회복 되지 않았고 저녁 약속까지 꾸역꾸역 참석 후 (다행이 이때까지도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았다.) 집에 들어왔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몸살 기운 비슷한 것이 올라오니 가족에게 일절 나에게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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