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④ | 칼로 물 베기

최재영
최재영 · 정치의 한복판에서 철학하기
2023/01/29

우리는 참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봄바람 휘바이든' 사건에서, 1853년 조선 부산에 표류한 '사우스 아메리카 호'와, 1653년 조선 제주에 표류한 헨드릭 하멜 이야기까지. 이렇게 시공간적으로 먼 사건이 서로 유사한 이유는 바로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포착하는 방식이 바로, 표류하는 자연을, 정신이 분할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자연 그 자체는 무지개와 같습니다. 무지개는 경계를 확정할 수 없는 연속체(continuum)입니다. 말도 그렇습니다. 말은 우리의 생각 속에서는 분명한 의미를 지닌 정신 현상이지만, 입을 떠나 상대방의 귀에 닿기 전까지는 경계를 획정하기 힘든 파동, 즉 자연 현상입니다.

연속체인 자연에서 모든 사물은 끊임없는 변화 아래 놓입니다. 대표적으로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1827년,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이 최초로 보고한 현상입니다. 브라운은 현미경으로 꽃가루를 관찰하던 중, 입자의 모양과 생사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미세입자들이 끊임없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끝없는 표류가 브라운 운동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5t-oA796to
브라운 운동의 실제 모습 (출처: Pollen Grains in Water - Brownian Motion)
브라운 운동의 궤적은 이렇게나 불규칙합니다. (출처: Ahmed El Kaffas (2008), Measuring the mechanical properties of apoptotic cells using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
로버트 브라운은 아마 이런 현미경으로 브라운 운동을 관찰했을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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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의회에서 밥벌이하며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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