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인간과 다양한 인격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2/12/08

'인간'과 '인격'의 차이

시간이 지나도 한 사람이 
같은 인격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의식적인 존재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살아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정체성을 잃었다가 일부를 다시 되찾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때 어머니는 신문의 십자말풀이를 할 수 있었다. 몇 주 후에는 슈퍼마켓의 식료품 위로 작은 사람들이 기어 다닌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몇 주가 더 지나자 어머니는 아예 말하는 법도, 심지어 일어서고 앉는 법도 잊어버렸다. 약물과 시간의 힘으로 일시적이고 혼란스럽게나마 일부 성격과 기억을 되찾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결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미소 지을 때를 제외하고는 다시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지 못했다. 

17세기에 존 로크는 우리가 시간이 지나도 동일인일 수 있는 이유가 특정 종류의 기억의 연속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man’과 ‘인격person’을 학술용어로 사용하여, 한 사람이 시간이 지나도 같은 ‘인간’이지만 동시에 같은 ‘인격’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러스트: 욤 S.

로크가 보기에 인격이란 “이성과 성찰이 있고 시대와 장소가 바뀌어도 여전히 자신을 동일한 지적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가진 존재”였다. 따라서 인격 동일성을 지니려면, 단순히 신체 동일성 외에도 자신을 과거와 연속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자각 능력이 필요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과거 행동을 내가 책임져야 할 일, 내가 한 일, 즉 나를 구성하는 일련의 기억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을 이루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과 세상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기억,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과 생각에 대한 기억, 가족과 친구에 대한 기억, 자신이 아끼는 것들에 대한 기억 등이다.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이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멋지게 표현했듯이. 
“우리는 단편적으로나마 기억을 잃기 시작할 때 비로소 기억이 우리의 삶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억이 없는 삶은 결코 삶이 아니다. …… 우리의 기억은 우리의 일관성, 이성, 느낌, 심지어 행동이다. 그게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흔들리는 기억과 정체성

우리는 이제 기억의 작동 방식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다.

18세기 철학자 토머스 리드는 로크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예컨대 어렸을 때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치다가 걸려 학교에서 체벌을 당한 한 병사를 상상해 보자. 그는 군인이 되어 첫 군사 작전 때 적군을 함락시켰다. 그 순간에는 어릴 때 체벌 당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가 장군이 되었을 때는 적군을 함락시킨 일은 기억해도 사과에 얽힌 사건과 체벌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로크에 따르면, 이런 경우 소년이 젊은이와 동일한 인격이고 젊은이가 노장군과 동일한 인격임을 의미했다. 하지만 동시에 노장군의 기억은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므로, 그는 소년과 동일한 인격이 아니었다. 결국 노장군은 소년과 동일한 인격인 동시에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모순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물론 로크의 용어 정의에 따르면, 그는 분명히 동일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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