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빨갱이를 아느냐?
2023/10/02
성일권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빅토르 위고는 1832년 6월 파리 시내에 세워 놓은 바리케이드에서 죽어간 노인, ‘마뵈프’의 이야기를 통해 빨간 깃발이 등장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무시무시한 총성이 바리케이드 위로 울려 퍼졌다. 빨간 깃발이 쓰러졌다. 폭력적인 총기 난사, 빗발치는 총탄 세례에 깃대가 부러졌다. (...) 앙졸라스는 그의 발치에 쓰러진 깃발을 집어들고 (...) 말했다. ‘여기 용기 있는 사람 없나요? 누가 바리케이드 위에 깃발을 다시 세우시겠습니까?’ 모두가 묵묵부답이었다. 적들이 총을 겨누고 있을 그 순간, 바리케이드에 올라가는 것은 죽음을 예약하는 행동이었다.(...)
‘정말 아무도 없습니까?’ 앙졸라스가 다시 한번 호소하는 그 순간, 한 노인이 불쑥 나섰다. (...) 노인은 앙졸라스의 손에서 깃발을 빼앗아 들었다. (...) 여든 살의 노인은 머리를 흔들거리면서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도로를 뜯어낸 포석을 쌓아 만든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음울하면서도 장엄해 모두가 큰 소리로 외쳤다.
‘모자 벗어!’ 그가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엄청난 공포가 밀려들었다. 노인의 흰 머리카락, 늙어 빠진 얼굴, 주름지고 머리가 벗겨져 휑한 이마, 움푹 꺼진 두 눈, 놀라서 벌어진 입술, 빨간 깃발을 들어 올린 노쇠한 두 팔, 이런 모습들이 어둠으로부터 갑자기 나타나 횃불의 핏칠 조명 속에서 점점 확대됐다. (...) 노인이 마지막 계단 위로 올라섰을 때, 보이지 않는 1,200여 개의 소총들이 그를 겨누고 있는 그 순간, 어지러운 파편 더미 위에 올라선 그 처참하고 휘청거리는 유령은 죽음 앞에, 마치 죽음보다 더 센 존재인 양 우뚝 서 있는 바로 그때, 어둠에 휩싸인 바리케이드에는 거대하고 초자연적인 누군가가 와 있었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앙졸라스 당신이 가면 되잖아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나도 세속에 물든 모양
무임승차족을 많이 너무 많이 보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