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② | 표류하는 언어에는 돛이 없다
2023/01/12
말이 표류한다니, 무슨 소리야?
문제는, 대통령실의 '날리면'이라는 해명이 등장하기 전까지, '날리면'으로 들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든'이라 들었습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요. MBC뉴스가 가장 처음 그렇게 듣고 대중에 보도했습니다. 그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바이든'이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눈에 띄는 오보나 왜곡, 날조 논란은 대통령실의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 없었거든요. 국내 다른 언론도, 외신도 '바이든'이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국가를 대표해 국제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의 의회를 모욕한 사건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MBC뉴스의 보도를 부정하자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 말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누군가 주장하자마자, 대통령의 언어를 둘러싼 맥락이 모두 사라지고, 언어 그 자체만 남은 겁니다. 공론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언제, 어디서,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왜 그 말을 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 채 무엇을 말했는지에 대한 논의만 남았습니다. 놀랍게도, '날리면'으로 들린다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여당 국회의원과 같이 윤 대통령과 이익을 공유하는 소수가 먼저 자신이 들은 바를 공론장에 보고했습니다. 다음은 KBS뉴스에서 인터뷰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의 발언입니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바이든, 이렇게 들었어요. 그런데 또 해명 이후에 또 날리면, 이렇게 들어가지고 계속 그 생각으로 들으니까 또 비슷해요. 그래서 역시 사람은 듣고 싶은 대로 듣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저는 뭐 거기에 잘잘못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고, 따지고 싶지 않고, 어떤 게 맞는지를.
물론 이용호 의원은 '바이든'과 '날리면' 중에 무엇이 맞는지 따지고 싶다 하지 않았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