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교에는 교과서가 없다고? - 김성우 엄기호,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따비

안정인
안정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삶
2023/10/16

남편의 갑작스러운 주재원 발령으로 영국으로 건너가게 된 우리 가족, 3년을 살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대상은 역시 아이들 학교다. 자녀가 둘인 덕에 어린이집부터 5학년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영국 초등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교과서가 없다는 점이다. 이 얘기를 하면 ‘교과서도 없이 어떻게 수업해?’ 다들 놀란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나중에 보니 교과서와 진도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예를 들어 해당 학기에 ‘로마 역사’를 다루면 수업 시간엔 로마 역사, 문화, 생활상을 다룬 각종 자료를 읽으며 글짓기를 했다. 주말엔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해 로마 시대를 표현하는 만들기 과제가 나왔다. 우리는 큰 박스를 자르고 은박지로 감싸 방패와 칼을 만들었다. 만들면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다. 한 달간 로마 역사에 대해 충분히 배우고 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로마인의 날’! 그날은 교사, 학생 할 것 없이 고대 로마인들이 입었을 법한 복식으로 등교해 연극과 노래, 만들기로 종일 한바탕 축제를 즐겼다. 읽고, 쓰고, 참여하고, 오감으로 느끼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배운 지식은 아이들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매 학년 그리스, 이집트, 타이타닉, 1950년대 영국사 모두 유사한 방식으로 배웠다.

로마인의 날: 집에 있는 박스와 은박지를 이용한 핸드메이드 단검과 방패

고학년부터는 어깨에 메는 백팩이 필요하지만, 저학년생들은 학교 로고가 찍힌 가벼운 천 가방 하나를 달랑 들고 다녔다. 어른들 서류 가방 정도 크기지만 신발주머니처럼 가볍다.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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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세상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돌보는 기예로서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독립출판물 『영국탐구생활』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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