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사 - 영화 <맹크>와 할리우드 진보주의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지만 실제로 읽었거나 본 사람은 의외로 적은 경우가 있다. 너무 유명하다 보니 마치 잘 알고 있는 듯 착각한 탓이다. 영화에도 그런 걸작이 있다. 바로 〈시민 케인Citizen Cane〉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맹크〉는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늘 거론되는 〈시민 케인〉이 탄생하는 과정 속에 1930~40년대 할리우드의 막강한 ‘스튜디오 시스템’과 언론 권력, 대공황과 나치즘의 부상, 미국의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충돌 등 묵직한 이슈들을 구석구석 촘촘히 박아 넣은 작품이다.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대중문화와 정치‧사회상을 들여다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1934년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전에서 벌어졌던 보혁갈등은 오늘날로 시점을 옮겨놓아도 될 정도다. 
〈맹크〉의 주인공은 〈시민 케인〉의 오슨 웰스Orson Welles 감독이 아니라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실제로 썼던 허먼 맹키위츠Herman J. Mankiewicz다. 영화 속에서 그는 술독에 빠져 살던 중 천재로 촉망받는 젊은 감독 웰스로부터 시나리오 집필을 의뢰받는다. 마감 기한은 60일. 맹크는 당대 최고 언론 권력 랜돌프 허스트Randolf Hearst 등 영화계 안팎에서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기억을 녹여내 집필에 몰두한다. 3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시나리오 제목은 〈아메리칸〉. 과연 이 시나리오는 〈시민 케인〉이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할리우드에서 날카로운 유머 감각과 독설로 정평이 난 시나리오 작가 허먼 맹키위츠(맹크)가 어느 날 술에 만취한 채 언론재벌 랜돌프 허스트의 만찬장에 들이닥친다.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 허스트에게 심사가 뒤틀린 맹크는 만찬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자리에 있던 참석자 모두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떠난 뒤, 허스트는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맹크에게 “자네,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 우화를 아나?”라고 운을 띄운다.
“오르간 연주자에게는 몸집이 작은 원숭이가 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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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와 통신사에서 오래 일했으며, 지금은 국제문제를 주로 다루는 프리랜서 언론인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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