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3/01
지식의 가치가 폄훼되는 세상이다. 주머니에 든 휴대폰 하나로 삼라만상의 지식과 곧장 닿을 수 있는 세상이니 그럴 밖에 없을 테지만, 그 정도가 도를 넘을 때가 적잖다. 상식이 더는 상식이 아닌 것이 되고 무식 또한 부끄럽지 않은 것으로 변질된다. 지식 따윈 포털사이트 지식백과에 외주를 주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당당하게 활개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지식이 비운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있다. 지식이 흔해질수록 귀해지는 것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혜와 같은 것이 그렇다. 표면을 보고 이면을 알고, 하나를 보고 둘을 내다보는 것이 지혜로움이다.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명함까지 나아간다.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걸 구별하며, 그로부터 더 나은 결정에 이른다.
 
그러나 지식이야말로 지혜의 바탕이 된다는 걸, 습득되고 체화된 지식이 지혜의 뿌리란 것에 주목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지식이야말로 지혜로운 사고의 바탕이다. 세상 어느 지혜도 그를 받치는 지식 없이 바로 서지 않는다. 반면 지식이 부족한 지혜의 추구가 쉬이 사술이며 사이비로 연결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보게 되지 않는가.
 
▲ 클럽 제로 포스터 ⓒ 판씨네마(주)

지식 없는 믿음은 얼마나 해로운가

<클럽 제로>는 지식이 결여된 믿음이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채 무엇을 안다고 믿을 때, 심지어는 제가 아는 것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때 어떤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한 걸음 떨어져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가 비판하는 일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도 결코 이례적이지만은 않기에 시사점이 적지 않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로 한국에서도 지명도를 얻은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주인공 노백 선생을 맡아 연기한다. 노백은 섭식 부문에서 제법 명성을 얻은 이다. 돈 많은 이들이 진학하는 엘리트 사립학교 학부모회는 학생들의 교육적 다양성을 위하여 노백을 학교 영양교사로 고용한다. 먹는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376
팔로워 193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