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10장. 선생 된 자들에게는 특히 더 그런 것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08
파면 후 복직되었을 때, 나는 그들이 곧바로 나를 해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임 두어 달 후에 나는 민사소송을 했다. 교원 소청심사위원회를 전적으로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7년에 내가 부당해고 당했을 때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교의 부당해고를 정당하다고 했다. 나는 행정소송을 통해서 그들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았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한계 때문이다. 사법기관 흉내는 내지만, 사법기관은 아니다.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독립성 보장도 부족하다. 
   
그렇더라도, 일단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필요는 있다. 소송과는 달리 가장 빠르게 사건이 처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서류만으로도 명확하게 결론을 낼 수 있으면, 당사자를 의무 출석시키던 형식적 절차도 없앴다. 만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구태여 교원소청심사를 요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미묘한 사법적 판단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서울 기독대학교의 손원영 교수는 해임된 후에 교원소청을 하지 않고 곧바로 민사소송을 했다. 손원영 교수는 어떤 개신교인이 불당을 훼손한 사건을 접하고, 모금을 통해 사찰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해임되었다. 

서울 기독대학은 불교를 도운 손 교수를 용납하기 싫어했다. 이 사건은 사립학교의 설립 이념과 종교의 자유 등을 다투는 것이 핵심이다. 교원소청의 수준에서는 충분히 다루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손 교수는 결과가 늦더라도 처음부터 사법기관에서 사건을 논의하고자 한 것 같다. 결국 그는 승소했고 우여곡절 끝에 복직했다. 나도 같은 이유에서, 해임되었을 때는 파면 때와 달리 교원소청을 하지 않았다. 사건이 미묘한 경우, 그것을 판단할 전문성이 부족한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엉뚱한 판단을 하면, 소송...
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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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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