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 가르쳐 준 삶의 진리
2022/01/17
등산은 내 첫 운동 취미였다.
운동에는 젬병이다. 항상 그랬다. 운동이 취미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3개월 이상 한 운동을 꾸준히 한 경우도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일거다. 달리기, 칼소폭, 홈트, 크로스핏, 복싱, 헬스, 필라테스, 걷기, 달리기 등 20대와 30대를 통틀어 몇개월간 지속했던 운동 습관 중에서 그나마 오래 했던 것은 걷기였다. 그것도 집 옆에 호수공원이 있다는 최적의 조건 속에서 가능했던 거였다.
그러니 등산을 취미로 가져볼 생각을 한 적은 당연히 없다. 그것이, 2019년 여름과 가을 사이의 어느 날 친구가 가볍게 등산을 가자며 북한산으로 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꽤나 더운 날씨였나보다. 반팔과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북한산에 입산한 나는 '이 친구가 나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났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학원에서 고생하던 박사생, 북한산에서 비관 자살"이라는 기사 제목이 떠오르고 머리가 핑핑 도는 가운데 '산행이 좋다'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물론 내려오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운동은 이제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는 30대, 나는 머리로나마 어떻게 운동을 습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에 투자해서 빡세게 해볼까'라는 결심은 항상 헬스장 사장님에게 기부하는 일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고, '재미 있는 것만 습관이 된다'라는 진리를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고 있던 시기였다.
어차피 팀스포츠는 중학교 시절 강제로 수비수로 끌려나가 친구들과 축구장에서 잡담하던 시절 이후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미국의 고등학교 시절에 육상부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해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스포츠 동아리 경험이었다. 혼자 재미있게 할 수 있고 금방 그만두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에 다른 사람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저비용의 스포츠, 어디 없을까?
걷기, 달리기, 등산, 수영, 배드민턴, 탁구 정도가 아닐까? 수영은 20대 이후에 정기적으로 해본적이 없고, 탁구를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