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민주화의 상징이던 부부, 알츠하이머와 맞서다
2023/10/01
20년을 연애하고 결혼에 이른 연인이 있다. 기자이자 작가로 칠레의 민주화에 공헌한 아우구스토 공고라, 배우이고 활동가이며 민주화된 칠레에서 문화부 장관을 한 파울리나 우루티아 부부다. 25년 동안 만남을 이어온 이들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이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연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어떤 남자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선하고 예쁘고 지혜로운 여자가 존경스런 마음이 절로 드는 지적이고 용감한 남자를 사랑한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건 저러한 짝을 만난 뒤에야 비로소 온전하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혼자면 혼자인대로 마음껏 즐거워하던 나조차 그런 생각에 이르고 만다.
<이터널 메모리>는 아우구스토와 파울리나 부부의 이야기다.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상영하는 곳마다 눈물바람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제15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개막작으로 점찍어올 만한 그런 영화라 하겠다.
한국 최고 다큐영화제 2023년 개막작
영화는 아우구스토가 알츠하이머로 서서히 저를 잃어가는 모습을 담는다. 파울리나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그를 곁에서 살뜰히 돌본다. 그를 데리고 공연장을 오가며 연기를 하고, 그가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함께 산책을 한다. 먹을 것을 준비하고 책을 읽어주고 씻는 일까지 돕는다. 말동무가 되어주고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