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재생산권과 국가와 문화 권력: <레벤느망>(2021) 오드리 디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5/28
  • 정문영(영화평론가)



말제르브 역 플랫폼에서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파사주 카르디네에 다시 왔다고 생각했었다.
1999년 2월에서 10월
- 『사건』

 

1. 사건으로서 <레벤느망>: “사건이 글쓰기가 되고 글쓰기가 사건이 되는 것”
<레벤느망>(2021)은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사건』(2000)을 원작으로 한 오드리 디완이 만든 각색영화이다. 오드리 디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심사위원장 봉준호 감독을 비롯하여 모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202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물론 제인 캠피온, 파올로 소렌티노,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작품들을 제치고 이 영화가 최고 영예의 상을 받은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때, 그것은 들뢰즈가 말하는 ‘사건’, 원작 사건에 대한 새로운 글쓰기로서의 ‘사건’을 뜻한다.
1963년 에르노에게 닥친 임신과 낙태 경험은 그녀의 존재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그 사건은 그 세계의 기호 체계 바깥의 그 무엇을 요청하는, 즉 의미의 생성을, 즉 글쓰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1963년 사건은 35년이 지나 1999년 2월에서 10월에 이르기까지 에르노의 글쓰기, 즉 의미의 생성이라는 ‘사건’이, 그리고 20여년이 지나 2021년 디완의 각색영화는 또 다른 새로운 ‘사건’인 것이다.
각색영화로서 이 영화를 ‘사건’이라고 할 때, 그것은 에르노가 체험한 사건을 언어라는 기호로 표현한 그녀의 글쓰기 속에 존속하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적 사건, 즉 ‘순수 사건’을 영화라는 다른 매체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 것을 의미한다. 사건으로서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디완이 원작을 각색하면서 생성하고자 한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여성의 재생산권을 둘러싼 과거의 국가정책과 문화권력을 검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공하는 이 영화의 관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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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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