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 · 소설가 지망생
2023/03/29
‘어른은 존경받지 못하고, 청년은 대우받지 못하며, 아이는 없다.’ 얼마 전 대학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문장이다. 가히 충격적이나 어찌 보면 익숙한 우리의 세상 이야기다. 대한민국 성장의 역사를 써 내려간 중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고, 2030 젊은 세대를 MZ로 한데 묶어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가 없다.

 

1000년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99년생 스물 다섯의 입장에서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이전 세대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를 낳고 기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유를 마음대로 가져다 붙이는 것은 내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 아니니 필히 오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가져다 붙일 이유들도 ‘이성적인 분석’에 의한 것일 뿐 마음으로 이해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청년의 입장으로는 당신들은 어떻게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냐고,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냐고 묻고 싶을 따름이다. 공감이 아닌 분석의 자세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애석할 뿐이다.

 

농업 혁명 이후로 성별에 의한 분업은 당연시되었다. 상대적으로 강한 근력을 가진 남성이 대부분의 식량을 비롯한 생산 업무를 맡았고, 여성은 출생과 양육 그리고 남성을 비롯한 가정을 보살피는 역할을 했다. 성별에 의한 분업은 출생률의 관점에서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다. 애초에 아이를 낳아서 보살피는 것이 한 사람이 맡은 일이라면, 그에 더해 공동체 단위의 생활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진 공동 양육은 그 난이도를 감당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이런 풍조는 가부장제로 발전했고, 아직까지 잔재가 다수 남아있을 정도로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출생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했던 두 가지 조건 모두가 사라졌다.

 

1.    사라진 성별 분업

출생은 여성이 한다. 물론 가정 내에서 산모를 돌보고, 사회 속의 임산부를 배려하는 것은 남성에게도 그 의무가 분명히 있지만, 출생 그 자체로만 본다면 결국 아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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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학생입니다. 철학과 문학을 좋아합니다. 사람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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