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하는 〈비밀〉, 오리진 시크릿!! 소유 or 존재, 삶을 좌우하는 질문. 結

사각공간(思覺空間)
사각공간(思覺空間) 인증된 계정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2023/04/06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섬』, 민음사 펴냄
 혼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설은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번씩이나 해보았었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하여 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인다거나, 나의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 것 중에서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해왔다. 무슨 귀중한 것이 있기에? 아마 이런 생각은 다만 마음이 약하다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단순히 살아가는 일 뿐만 아니라 자기의 존재를 〈확립하기〉 위하여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게 마련인 힘이 결핍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환상에 속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같은 타고난 부족함을 무슨 드높은 영혼의 소치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여전히 그런 비밀에 대한 취향이 남아있다. 나는 오로지 나만의 삶을 갖는다는 즐거움을 위하여 하찮은 행동들을 숨기곤 한다.
 비밀스러운 삶. 고독한 삶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삶 말이다. 나는 오랜동안 그 꿈이 실현가능한 것이라고 믿어왔다.

_장 그르니에, 「케르켈렌 군도」, 「섬』

'〈존재 확립〉 위한 힘'(요즘 말로 번안하면 자존-感일까요?)의 결여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고백. 정작 당사자는 담담한 데 반해 마주한 이에게 전해지는 울림은 둔중하니 왜일까요? 소박을 과장하게끔 부추기는 '환상에 속지 않'겠다는 표현, 힌트라 여겨요. 이로써 미루어 짐작하니 나름 고민으로 방황 거듭한 내력이요, 그로써 다듬고 다진 끝에 이른(또 이룬) 존재-感. 정체라 이를 수 있다면, 이것이구나 합니다. 그러니까 결핍을 담담히 이르는 데서 느껴지니 외려 충만. 이것이야말로 존재를 지탱하는 확고한 근거 같은 데 말이죠.

그럼 여기서, 장 그르니에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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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면각체'를 쌓아 올리는 '건축'을 '무한'으로 거듭하는, 사각(四角)의 '광장' 사회, 그 속에서 저마다 자기 내면에 정주할 곳을 우선하여 가꾸도록 돕는 말·글. 이를 조력하는 동네서점. 생각[思]에서 깨달음[覺]에 이르는 여정을 돕는 책 그리고 사람이 함께 하는 공간, 사각공간(思覺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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