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와 법학사 - 안창남과 염상섭

말랑파워
말랑파워 · 나는야 용소야 나만의 길을 가련다
2023/11/21
비행사와 법학사 - 안창남과 염상섭

비행사와 법학사라는 이 두 인물의 직업에 주목한다면, 둘 사이의 대립관계를 ‘과학 대 법학’이라는 구도로 치환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진수에게는 안창남처럼 ‘과학기술의 최선봉에 서 있는 비행사로서 과학 진보에 공헌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부재한다. 그에게 비행사라는 자격은 입신출세를 위한 수단에 더 가까우며, ‘최영호가 밉살스런 생각을 하면’ 비행사의 길을 포기하고 제대 법문과에 입학해 ‘법학사가 한번 되어보고 싶’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내던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동경 가셔선 어떤 학교였에요?”
“웬 학교에나 다닐 처지였나요. 처음엔 역시 도서관 가서 잡지권 소설권이나 보고 세월을 보냈죠.”
“문학에 취미가 계셨던 게로군?”
이 남자가 기계를 만지거나 공업 서류나 좋아할 줄 알았더니 의외에 문학을 좋아하였다는 말을 들으니 자기의 문학소녀 시대가 생각이 나면서 좀 의외이기도 하다. 
“다소 취미는 가졌었죠. 한때는 그 길루 갈까 하기도 하였지만……”
“그럼 왜 그 길루 가시지, 비행기란 너무 왕창 뛰지 않아요.”
“그것도 문학소년의 한 공상이었던지 모르죠.” 하고 진수는 웃어버린다.
정규로 공부는 할 수 없고 달리는 성공할 도리도 없고 하니 다정다감한 청년의 공상을 비행기로 끌어갔다는 것이 그럴 듯도 싶었다. 
   
인용문에서 잘 드러나듯, 김진수에게 ‘비행사’란 ‘달리는 성공할 도리도 없고 하니’ 입신출세의 대체수단으로서 선택된 것이다. <불연속선>과 함께 이야기되는 다른 염상섭 장편소설의 남성 주인공들(<사랑과 죄>의 이해춘, <무화과>의 이원영, <삼대>의 조덕기, <백구>의 박영식)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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