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이 나와 우리를 살린다
2023/06/15
전에 본 영화라도 어쩌다 다시 보게 될 때가 있다. 영화를 또 보면 좋은 점은 중간부터 봐도 앞의 내용이 궁금하지 않다는 점과 전에는 몰랐던 숨겨진 암시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지난 주말, 가족 모두가 뒹굴거리며 놀다가 우연히 영화 ‘루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조금 엉성한 구성이 눈에 거슬리고, 인간이 뇌의 15%밖에 이용하지 못한다는 설정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또 재밌게 봤다. 이번에는 뇌과학자로 연기한 모건 프리먼의 강연 내용이 흥미로웠다.
뇌의 활용률에 따른 변화가 주요 내용이었지만, 그에 앞서 생물 진화의 과정 중에서 유전자의 전달이란 측면에서 먹이나 환경이 풍요로울 때 개체는 생식에 열중하게 되고, 여건이 좋지 않으면 개체의 영속성(immortality)에 집중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개체는 영원히 살 수 없으므로 개체의 생명현상이 좀 더 오래 생존하는데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서로 다른 형태의 영원한 삶을 위한 전략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을 좀 더 작은 관점에서 해석하면, 세포 수준에서의 생식은 세포의 분열을 의미하고, 생존은 현상 유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의 시기에는 분열에 열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작업을 완료한 후에는 삶의 방식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령화와 환경의 악화에 따라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는 암이 걱정된다면 말이다. 암세포의 특징인 끝없는 분열은 곧 끝없는 생식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발적으로 몸 속 환경을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