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먼저 죽을 자격이 없다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8/27
세일즈맨


라나(타라네 앨리두스티)는 집에서 샤워 중 괴한에 의해 극단적 폭력을 당한다. 같은 극단 연극배우인 남편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는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라나는 초점 잃은 눈으로 피에 젖은 머리를 응급 처치하고 있었다. 누가. 왜. 어째서. 막 짐을 옮긴 집이었다. 기존 거주 공간이 붕괴 위험에 이르렀지만 라나와 에마드가 머물 곳은 마땅치 않았다. 같은 극단 동료가 마련해준 곳은 기존 세입자의 짐과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보고 에마드는 가해자가 기존 세입자의 지인이라고 추정한다. 사생활이 복잡한 여성을 찾아온 어느 남자일 거라고.

라나가 입은 충격은 일상을 완전히 뒤흔든다. 오랜 기간 주연으로 오른 무대에서도 대사를 잊고 울음을 터뜨린다. 다친 머리는 붕대로 감을 수 있었지만 산산조각 난 내면은 쉽게 붙지 않았다. 다시 샤워를 하기가 죽기보다 더 두려웠다. 작은 인기척에도 크게 놀랐다. 남편 에마드는 라나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듯했다. 퉁명스러웠고 무심해 보였으며 정작 피해자인 아내 라나에게는 되려 더 차가워진 듯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충격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에마드는 이웃과 주변, 남긴 단서들을 뒤지며 범인의 행방을 찾는다. 그리고 마주한다. 

범인은 악마가 아니었다. 타고난 범죄자의 외형을 지니고 있지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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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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