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프랑스어는 필요하지 않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6/07
  • 성일권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글로벌 시대에 프랑스어의 위상은 여전하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효용성을 이유로 불어불문학과와 불어교육학과가 폐과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프랑스어 원문을 번역해야 하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의 발행인으로서 프랑스어가 내몰리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UNESCO, OECD 등 최고 국제기구들에서 프랑스어는 엄연히 공식 언어 중 하나이며, 특히 UN에서 일상 업무를 위해 사용되는 실무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영어보다 먼저 등장하는 언어가 프랑스어다. 또한 프랑스어 사용국가 단체인 프랑코포니는 88개국으로 구성돼 있고 최근 2016년에는 우리 한국도 참관국으로 가입한 상태다. 특히 프랑스어는 과학적인 언어로서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등의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언어학 전공자가 아니지만, 필자는 프랑스어가 지닌 과학성과 예술성에 종종 감탄하곤 한다. 거의 모든 명사가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고, 동사와 형용사도 인칭과 성별에 따라 변화하는 문법 규칙은 영어에는 없는 독특한 언어적 특징이다. 몰리에르, 위고, 발자크, 랭보, 사르트르, 카뮈, 부르디외, 푸코, 그리고 아니 에르노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문학가들과 사상가들의 저서가 모두 프랑스어로 쓰였다는 것은 독보적인 언어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프랑스어 발음이 지닌 특유의 멋스러움과 귀족들의 교양과목으로 인정받아온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지만, 자칫 사대주의자로 비판받을 수 있어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어가 최근 우리 대학과 관계 당국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학생 수가 줄고 제2외국어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과거 인기 과목이었던 프랑스어는 고사 위기다. 불어불문학과, 불어교육학과 등 프랑스어 관련 학과들이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 국내 대학 중 현재까지 불어교육학과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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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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