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지독히 나이지만,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12/12
내 앞에는 커다란 두 개의 창문이 있다. 카페가 내가 속한 세계라면 두 개의 창은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얇은 장벽이다. 창문은 세계 너머의 날씨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공기는 차단한다. 그저 짐작할 뿐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구나. 공기가 제법 차겠구나. 오늘은 햇살이 참 포근하구나. 투명하게 바깥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 때문에 나는 가끔 착각한다. 내가 지금 있는 이 공간이 나의 사회라고. 나는 사회에 나와 있는 거라고.

카페는 사회가 아니다. 감옥에 더 가깝다. 불특정 다수가 오가고 말을 섞지만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가 카페에서 틈틈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대부분의 관계가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관계만을 두고 사회에 나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말하기는 어렵다. 꼬이고 엮이며 울고 웃는 인간관계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자주 착각에 빠진다. 여기가 나의 사회적 공간이라고. 나는 분명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고.

글도 사실 창에 가깝다. 세상 그 자체라기보다 세상을 드러내는 하나의 창인 것. 글은 내게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타인은 내 글을 읽으며 나라는 한 사람을 알아간다. 글을 쓰면서 줄곧 생각해왔다. 소심한 나는 글로 세상과 만나고 있다고, 세상과 맞서고 있다고. 나는 격렬하게 세상과 분투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글로 정의를 말하고, 글 속에서 정의로워진다. 글이라는 투명한 매개 때문에 자주 잊는다. 내가 여전히 나만의 감옥에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라는 진실을.

창을 바라본다. 창밖에 내가 두려워했던 세상이 있다. 나는 여전히 지독히 나이고. ©unsplash

첫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진짜 사회로 나가는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면했다. 웬만하면 학교에 가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한 것. 내가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면 학교 일에 관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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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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