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관점에서 치킨이란 무엇인가
2023/12/18
어릴 적 동네 사람들 중 일부는 '찬송가(또는 설교)를 듣고 자란 방울토마토(미니토마토)가 (은혜 받아?) 맛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비닐하우스에는 곳곳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다. 찬송가는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자라고 수확된 방울토마토의 정확한 당도나 수확량의 증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동네 교인들의 분포는 적지 않았고 방울토마토에 찬송가를 들려주는 농가 또한 한동안은 줄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키운 방울토마토를 팔아 자녀의 학비를 대고 장을 보고 다음 해 농사에 쓸 씨앗을 샀다. SNS를 돌고 도는 밈 콘텐츠 중에는 좋은 말을 듣고 자란 식물이 뿌리와 줄기가 더 잘 자라더라는 내용이 있다. 치킨 런: 너겟의 탄생을 보고 떠올랐다.
행복이 세뇌된 닭들이 줄을 맞춰 척척척 걸어온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생산 라인을 타고 붉은 열기로 가득한 초대형 튀김기로 걸어 들어간다. 그들의 눈은 초점이 없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고 입은 웃고 있다. 잠시 후 종이 바구니에 따끈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후라이드 치킨이 담겨 나온다. 행복해 보이던 닭들은 치킨이 ...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