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는 다주택자의 집에 삽니다.

최제언 · 뭣도 아닙니다
2021/10/04


저는 전세입자입니다.
예전에는 월세입자였습니다.

대학시절 4번에 걸쳐 각기 다른 원룸에 월세를 살았습니다. 정문에도 있었고, 후문에도 있었고, 쪽문에도 있어봤습니다. 지금은 직장을 얻어 연고 없는 어느 도시에 전세를 얻어 살고 있습니다.

저는 거주할 집이 필요하지만 매수할 집은 아직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대의 방식으로 거주권을 얻을 수 있는 주택이 필요합니다.

저는 무주택자입니다. 제게 집을 빌려준 임대인은 다주택자입니다.
무주택자는 다주택자의 집에 삽니다.

작년의 일입니다. 기숙사에 살다가 혼자 나와야 할 사정으로 전세집을 구하러 부동산을 전전했습니다. 1년새, 반년새 전세가가 무척이나 많이 뛰었더군요. 매물도 굉장히 많이 줄었습니다. 부동산 소장님 말로는 요즘 전세 매물이 귀하답니다. 제가 싸다고 확인한 매물을 여쭤보니 어제 계약이 됐다네요. 세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전세가는 점점 높아만 갑니다.

그래도 저는 직장을 출퇴근할 수 있는, 내 한 몸 뉘일 집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걸 누구는 전세수요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몇 년 뒤 다른 지사로 발령이 나면 또 연고가 없는 다른 도시의 전세수요가 됩니다.

누군가는 다주택자를 악마처럼 묘사합니다. 욕심에 찌들어서 눈이 벌개진 수전노인 줄 알더군요.
제가 계약을 하러 부동산에 들러 마주한 사모님은 그냥 제 어머님 또래의 아주머니였습니다.
본인 아들이 제 또래라며 살갑게 대해주셨어요. (네고는 안 먹혔지만요...ㅠ)

국민 모두가 1주택자이고 다주택자가 없는 나라는 어떨까요? 저는 누구한테 집을 빌려 살아야 할까요? 1가구당 1주택만 보유해서 다주택자가 없는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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