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나는 누구? : 엄마라는 신세계
처음 엄마가 됐던 때가 생각난다. 내 뱃속에서 나왔다는 불그스름한 작은 생명체를 보며 내가 엄마가 됐다는 사실이 그저 얼떨떨했다. 낳자마자 바로 실감할 것 같았던 ‘내 아기’, ‘이제 난 엄마’, ‘모성애’, 뭐 이런 것들 중 실감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출산으로 만신창이가 된 것 같은 내 몸의 육체적인 고통만 생생하게 실감할 뿐이었다.
그 뒤로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그 날 부로 나를 둘러싼 세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엄마가 된다는 것은 곧 세계의 변화이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옛 세계의 종말과 함께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새 세계의 탄생이다. 나의 세계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채로 세계의 교체를 맞이한 나는, 회복기간을 가져야하는 산후의 성치않은 몸으로 이리 쿵 저리 쿵 달라진 세계에 부딪히며 내 세계가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했다.
두 손 안에 쏙 들어올 것만 같이 작은 아기는 우는 것 말고는 혼자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모든 것에 돌봄이 필요했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느라 나의 수면시간, 식사시간을 비롯한 많은 시간을 아기를 위해 써야했고, 내 시간표는 철저히 아기의 시간표에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내 시간은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육체적으로 가장 큰 고통은 상상치도 못했던 통증을 동반한 모유수유와 밤에 통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수유를 하려고 아기를 안는 순간부터 겪게될 통증이 두려워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던 모유수유는 눈물나게 아픈 고통이었지만 아기에게 초유가 엄청나게 좋다니까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밤마다 몇 시간 마다 깨는 아기를 ...